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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심급』 - 희망의 나이와 상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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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c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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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오늘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묶어놨던 시집을 뒤적이다 제대 후 처음 직장엘 다니면서 일주일에 시집 한권씩을 읽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감정이 울컥대며 절창은 아니지만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끄적대던 때가 있었다. 한 10년은 그랬던 것 같다. 이젠 시집을 자주 읽지않는다. 삶의 강요인지 나의 선택인지.. 둘 다인 것 같다.
93년 6월 입대 전 처음 묶은 시집에는 다른 시인의 시집에 대한 두편의 시가 있다. 『희망의 나이』는 대전에 있는 대훈서적에서 93년 5월정도에 샀다. 내동에 있는 고향집에서 창을 열어두고 읽었을 것이다.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그러던 어느 날 썼을텐데 ...
나는 1993년 9월 7일 입대 전까지 매주 한번씩 대전에서 서울로 갔었다.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가려고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지금 다시 양성우의 상경기를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겨울공화국의 양성우는 절창이다. 『북치는 앉은뱅이』라는 시집도 좋다. 시인으로서의 양성우와 한때 정치인으로 있던 양성우는 사뭇 다른다. 모두 자기에게 맞는 자리가 있는 것이다.
1993년은 김영삼 정권이 시작하던 때이다. '신한국', '개혁'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똑같은 레토릭이 횡횡한다.
93년 군대에 가기 전 내가 생각했던 '감정의 파도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혁명과 같던 시'는 군대에서 95년 말에 쓴 시에서는 "삶이 참지못해 내뱁는 틀에 박힌 비명"이 되어있었다. (『더딘 봄 - 장탄리 안개』, 「사은회에서 - 철학」, 1995.12.8을 볼 것)
93년 6월 입대 전 처음 묶은 시집에는 다른 시인의 시집에 대한 두편의 시가 있다. 『희망의 나이』는 대전에 있는 대훈서적에서 93년 5월정도에 샀다. 내동에 있는 고향집에서 창을 열어두고 읽었을 것이다.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그러던 어느 날 썼을텐데 ...
| 희망의 나이 - 김정환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희망의 나이
오늘 시내에 나갔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 한 구석에 꽂혀있는
시집을 보았다 김남주가 있고 박노해가
있었다 백무산이 있고 김정환이 있었다 이 모두를
갖고 싶지만 돈이 오천원 밖에 없다 혁명,
동지, 노동자를 향한 외침은 돈에 팔려
나간다 그래도 경쟁에 직면한 조잡한
소비에트의 생필품처럼 이곳에서도 상품성이
떨어지나보다 음모하듯 음침한 구석에 이들만
몰려 있는 것을 보면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저것들을
굶주린 소비에트의 인민처럼 아귀처럼 먹던 때가
있었다 김정환의 『희망의 나이』를 샀다 목 매단
다섯명의 레닌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시집을 팔아
집이라도 장만하려나 목 매단 역사를 보면서
희망을 간직한 채 있는 그도 참 대단하다 그를
한번 흉내내 본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 하지만 엄연히 우리는 패배했다 아니
지금이 시작인가 단돈 삼천원으로 희망을 사려는
내가 우습다 그도 그렇다 단돈 삼천원에
희망을 팔지는 않을 것이다 내 나이는 그보다
젊다 나는 그보다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다
1993.
서울풍경4上京記
나는 총도 없이 빈 손으로 왔다
어둠 속에 빛나는 서울의 거리
유령처럼 흐느적 거리며
사람들은 이리 저리로 몰려다니고
미친 놈처럼 웃다가 우는
뒤틀린 감정만이 가득 찼다
기차는 어둠 속을 멈춤없이 달렸고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빈 손으로 내렸다
모든 무기를 가져야 한다던 우리가
손가락질만 하면서 서 있는 사람들
불심검문에 열중하는 사복 경찰들
서슬 시퍼런 눈빛 속을 헤메인다
비 속을 헤메인다 축축하게 젖은
대기 속을 헤메인다 꿈 같은 과거와
환상같은 미래 속을 헤메인다
모든 것이 안타깝게만 느껴지고
뒤돌아 설 때마다 성벽도 없이
우둑허니 서 있는 남대문이 보였다
하늘엔 십자가와 광고탑들이
현란하게 하느님의 나라 신한국을 외치고
천사의 축복과 개혁의 주술을 내뿜을 때
나는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렸다
거리 거리에 새겨져 있는 함성처럼
물결치는 깃발같은 마음을 가졌지만
나는 총도 없이 빈 손으로 서울에 왔다.
1993.
'나는 총도 없이 빈손으로 왔다'는 양성우의 『겨울공화국』 중 「上京記」에 나온다.
1993년은 김영삼 정권이 시작하던 때이다. '신한국', '개혁'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똑같은 레토릭이 횡횡한다.
93년 군대에 가기 전 내가 생각했던 '감정의 파도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혁명과 같던 시'는 군대에서 95년 말에 쓴 시에서는 "삶이 참지못해 내뱁는 틀에 박힌 비명"이 되어있었다. (『더딘 봄 - 장탄리 안개』, 「사은회에서 - 철학」, 1995.12.8을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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