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게시물

세브란스병원 암병동에서

암병동

밤 동안 삶과 죽음 사이에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암병동
버스 밖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처럼
간밤 자다깨다 있어던 일들,
삐걱대는 철제 침대, 그림자 없이 다가서는 발자국 소리
속을 끄집에 내는 기침에 구토, 물내리는 소리들은
졸리운 눈처럼 기억도 하기 힘들다

죽음이 다가올수록 기억은 더 어려지고
젊은 날 결혼한 어린 아내를 찾고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곳이 어딘지를 묻는다
시간이 더 흘러 기억이 더 젊어지면
전쟁 속에 헤어진 어머니,
굶주린 배를 안고 헤메던 전장을 기억하고
배가 고파도 자꾸 배가 불러오는 오늘처럼
몸을 뒤척이던 어린 날들이 무섭게 덮칠 것이다

차창 밖 비 방울 방울마다 새겨진 세상이
검은 아스팔트 위로 부서져 흐르듯
세브란스병원 암병동 기억 없이 지샌 밤들,
숨 죽여 속으로 속으로 울던 그 불안한 나날들,
삶이 아무 소리도 못내고 죽음 속으로
이렇게 흘러들어가 버린 날들
하지만 어느 날, 내 나이보다 기억이 더 어려지는 날
사진보다 뚜렷하게 기억이 떠오르고
오늘이 된 그날엔 하늘 무너지듯
엉엉 큰 소리내어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2007.8.4
<2007 .8.4="">

아내가 산책을 가자고하여 급히 저장을 하다가 글을 날려 다시 썼다. 다시 쓰면 새로운 글이 되고 맛이 다르다. 지난 주부터 하루걸러 한번씩 병실에서 밤을 보낸다. 아침에 병실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밖에 비오는 거리를 찍었다. 아무 의미없는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의미가 되어 덮칠 때가 있다. 이보다는 우리가 중요한 것들을 쉽게 잊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몇년만에 다시 시를 쓴다. 시는 세상과의 갈등(부적응) 때문에 몸이 세상을 향해 내지르는 비명 소리인가 보다. 죽음을 앞두고 또 몸이, 존재가 마구 흔들린다.

"이러한 힘이 없다면 삶은 아무 소리도 못내고 죽음 속으로 흘러들어가 버렸을 것이다."<계몽의 변증법, p.181, 문예출판사> 요즘 죽어라고 이책만 읽고 있다. 서너번, 수십번을 읽겠다는 생각이다. 굳이 많은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사람들이 사서삼경을 매일 읽고, 외운 것처럼 끊임없이 읽다보면 새로운 것이 계속 들어난다. 뒷장을 보니 이책을 95년10월 23일에 샀다. 십년이 넘어섰는데 요즘에야 이해가 가는 것 같다. 또 십년이 지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실 인용한 구절은 본문에서 보면 시의 맥락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처한 상황이 이 한 줄을 건져올리도록 한 것이다.

‣ 글 위에 있던 실버라이트 뷰어를 지웠다. 시간이 지나 한때 영원할거라 생각했던 기술도 사라졌다. 산책을 하며 찍었던 사진으로 만든 영상이 이었던 것 같은데 ... 기술과 함께 netv도 .... (2019.7.16일 추가)

<2007 .8.4="">
<2007 .8.4="">http://dckorea.co.kr/tc/trackback/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