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와 전망] 리드 헤이스팅스가 '안하겠다'던 3가지: 결국 그는 떠났고, 넷플릭스는 모두 하고 있다!
2020년 쓴 세 편의 글
2020년 6월 24일부터 사흘에 걸쳐 ⟨Reed Hastings, Netflix CEO가 안하겠다는 3가지⟩ 시리즈를 썼다. 헤이스팅스가 '안하겠다'고 못박은 것 세 가지다.
① All Rights 없인 투자도 없다! (2020.6.24) — 헤이스팅스가 2015년 5월 베를린 미디어 컨벤션에서 한 대답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독일 스카이(Sky)에서도 방영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In House of Cards that's an unusual one... But the other originals that we're doing are all with Netflix around the world"라고 답한다. 미국 외 지역 판권을 HBO가 갖고 있던 〈하우스 오브 카드〉는 예외이고, 이후 오리지널은 전세계 판권(all rights)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뜻으로 읽었다.
이야기의 배경 — 'K-Broadcaster's Profit Formula'
2013년 말 〈하우스 오브 카드〉와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이 한창 회자될 무렵, 나는 콘텐츠연합플랫폼(POOQ)에 있으면서 '넷플릭스가 발견했다고 가정한 하나의 공식'에 관심을 가졌다. IPTV 내의 방송사 TV포털, 푹/사이트 등에서의 편성과 매출의 관계, 제작비 충당(recoup), 유료(subscription)와 광고(ad-supported) 비중 조정, 홀드백(hold back) 기간 조정 등을 통해 '우리만의 매출 공식'을 만드는 일 — 결국 한국적 OTT사업에서의 홈파기(매출 회로, 또는 공식)에 집중(obsession)되어 있었다.
그런 내용이 2014년, 2018년 7월, 그리고 2020년에 쓴 글들에 들어있다. N스크린과 유료/광고라는 두 모델에 실시간 TV까지 포함한 새로운 'K-Broadcaster's Profit Formula'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가정)이다. 이 공식은 OTT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필승전략이다. 실시간 채널(전통적 TV 방송)과 달리 온디맨드는 시간적 제약(약속시청)이 없으니, 시청자의 동선에 내가 투자한 콘텐츠가 Recoup될 때까지 계속 추천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클릭 점유율이나 시청시간으로 월정액(subscription fee)을 분배한다면 말이다. 어쨌든 적절하게 개인화 추천 콘텐츠 목록에 섞어 노출강도를 최적화하고, 투자비 Recoup 주기(시간)를 계산할 수 있다.
우리에게 과제는 넷플릭스처럼 하나의 플랫폼이 아닌 다수의 플랫폼에서 해야하지만, 또 방송 후의 after market 내에서 자기 소유를 플랫폼(pooq과 같은)이 있다면 더 이 공식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용자에게 N차 관람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 열쇠가 (아래 그림에서처럼) 편성권에 있다고 생각했다. "콘텐츠 Value Chain 구성 결정권" 같은 개념을 만든 배경이다. 넷플릭스와의 격차(다른점)을 인지하고 해야한다는 것이 이 공식의 전략적 제약조건이다. 이것은 우리가 하지말아야 하는 것을 찾는 것. (물론 시장 사이즈, 가입자 규모가 관건이기도 하다.)
❮Rethinking SBS Digital Contents Platform 전략❯, 2014.3 — IPTV·방송사 TV포털·푹 사이트의 편성권과 매출 구조를 정리한 당시 전략 장표 일부
❮Newmedia Distribution of The Asian Game - used POOQ, SMR❯, 2018.7 — 아시안게임 온라인 독점 중계에 POOQ(N스크린·VOD)와 SMR(광고 렙사)을 결합해 실시간과 유료·광고 모델을 함께 운용했던 실제 사례 스터디 장표 일부
이 문제의식의 핵심은 두 변수였다. 하나는 시장(market size) — 콘텐츠 제작비의 대부분을 최초 오픈 시장(first window)에서 회수해야 한다는 미디어 콘텐츠의 고전 법칙, 그리고 자국 시장 밖 글로벌 시장의 규모다. 다른 하나는 시간 — Live와 VOD의 결합이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동시 배급과 all rights 오리지널로 이 두 변수 모두에서 한국 OTT와 출발선이 달랐다. 그래서 웨이브·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말을 나는 마케팅 수사에 가깝다고 봤다. 시장 성장의 딜레마와 전략적 위치 선정(2020.6.19)에서 이렇게 썼다.
넷플릭스의 인기 히트작들과 달리 웨이브의 드라마는 눈에 띄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이야기는 피상적, 현상적 진단이라 생각된다.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으로 들어설 때, 필패이다. 그리고 녹두전이 오리지널 콘텐츠인가? 묻고싶다. 우린 넷플릭스가 사용하는 개념조차 똑바로 사용 못하는 곳에, 귤이 탱자가 되는 환경에 서있다.
한국 OTT의 자체 투자 드라마 한두 편을 놓고 넷플릭스의 all-rights 오리지널과 같은 저울에 올리는 것 자체가 잘못된 비교였다는 뜻이다. 시장과 시간이라는 변수가 다른데 같은 개념(오리지널 콘텐츠)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진단도 처방도 어긋난다.
② Live Streaming은 없다! 특히, Sports (2020.6.26) — 2018년 3월, 훌루·아마존이 라이브 TV에 투자를 시작할 때 헤이스팅스는 이렇게 잘라 말한다. "To follow a competitor, never, never, never... We don't do [live] news, we don't do [live] sports." (출처: Engadget, 2018.3.7) 이 글에서 나는 넷플릭스가 라이브를 못 하는 이유를 기술적 한계(대규모 동시접속 처리), 밸류체인의 한계, 그리고 '쩐주가 없어서'(구조적 자본력 열세) 세 가지로 짚었다.
이 글에는 2020년 11월 프랑스에서 시작한 'Netflix Direct'(선형 채널 실험), 2021년 4월 'Play Something' 기능도 함께 기록해 뒀다. 지금 벌어지는 일의 씨앗이 이미 그때 있었던 셈이다.
③ 광고(사업)는 안한다! (2020.6.30, 이후 수차례 update) — 헤이스팅스가 밝힌 이유는 셋. "Google and Facebook and Amazon are tremendously powerful at online advertising... there's not easy money there", "We don't collect anything. We're really focused on just making our members happy", "We've got a much simpler business model, which is just focused on streaming and customer pleasure." (출처: TechCrunch, 2020.1.23) 이 글에는 이미 2024년 10월 28일에 내가 직접 달아놓은 짧은 메모가 있다. "Reed Hastings가 CEO 자리에서 물러난 후 Netflix 광고 모델이 도입되었다." 이 메모는 반정도는 맞고, 반정도는 다르다(틀리다).
세 편 모두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하나다. 넷플릭스가 '무엇을 하는가'보다 '무엇을 안 하는가'에서 그 회사의 강점과 구조적 제약을 거꾸로 읽어보려는 시도였다. 시장은 서로를 모방하며 잡종화(hybrid)되기 마련인데, 넷플릭스가 유독 "안 한다"고 선을 그은 지점들이 오히려 그 회사가 자기 강점을 어디서 찾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안하겠다"던 세 가지 다 깨졌다!
2026.8.6 Netflix 2026년 2분기 실적 업데이트에서 다뤘듯, Netflix는 2026년 콘텐츠 예산의 5% 이상을 Live에 쓰고, 프랑스에서는 TF1의 실시간 채널까지 앱 안에 들여놓았다. 세 가지 원칙 모두 이제는 과거형이다. "언제, 누가 CEO였을 때 깨졌는가"이다. 날짜를 하나씩 확인했다.
광고: 2022년 4~5월 도입 검토 보도 → 2022.11.3 미국에서 'Basic with Ads' 출시. 이때 헤이스팅스는 아직 공동 CEO였다.
헤이스팅스 CEO 사임: 2023.1.13,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으로 이동. 그레그 피터스가 테드 서랜도스와 함께 공동 CEO로. (출처: Netflix 8-K, 2023.1.13, Variety)
Live/스포츠: 2024.1 WWE Raw 10년(연 5억 달러, 총 50억 달러) 독점 계약 — 넷플릭스 최초의 라이브 스포츠 미디어권 계약. 2024.12.25 NFL 크리스마스 경기 첫 생중계(3년 계약). (출처: Front Office Sports, Variety, NFL)
All Rights: 2025.6 TF1과 제휴 발표, 2026.6.19 프랑스에서 TF1 실시간 채널·VOD 서비스 시작 — 넷플릭스가 자기 판권이 아닌, 심지어 자기가 만들지도 않은 방송사 실시간 채널을 그대로 편성에 들여놓은 최초의 사례. (출처: About Netflix, Variety)
헤이스팅스, 이사회에서도 퇴장: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고, 2026.6 임기 만료로 이사회에서도 완전히 물러남. 제이 호그(Jay Hoag)가 신임 의장. "So strong that I can now focus on new things"라고 말했다. (출처: Variety, Deadline)
Live와 All Rights 포기는 명백히 그가 CEO에서 물러난 뒤의 일이다. WWE·NFL·TF1 모두 2023년 1월 이후, 그것도 2024~2026년에 몰려 있다. 심지어 TF1 서비스 시작(2026.6.19)은 그가 이사회에서까지 완전히 퇴장하는 시점(2026.6)과 거의 겹친다. 2020년 글에서 "Netflix Direct"라는 프랑스발 씨앗을 발견했던 것도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 그 실험이 6년 뒤 TF1 제휴로 완성됐다.
광고는 다르다. 'Basic with Ads'는 2022년 11월 3일 출시됐고, 헤이스팅스는 2023년 1월 13일까지 공동 CEO였다. 즉 광고 요금제의 론칭 자체는 그가 아직 최고경영자였을 때 이뤄졌다. 다만 두 가지는 짚어둘 만하다. 첫째, 2020년 7월부터 테드 서랜도스가 이미 공동 CEO로 올라와 실권을 나눠 갖기 시작했고, 광고 도입 결정은 이 이행기에 내려졌다. 둘째, 광고 사업의 '본격적' 확장 — 프로그래매틱 판매, Netflix Ads Suite, 2025~2026년 사이 광고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뛰는 국면 — 은 전부 그가 의장으로 물러난 2023년 이후에 일어났다. 그러니 "안하겠다던 걸 결국 다 했다"는 진단은 맞지만, "그가 물러난 뒤 시작됐다"는 세 가지 중 광고에는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2024년의 내 메모는 이 지점에서 '조금은 맞고, 조금은 틀린' 내용으로 다시 쓸 필요가 있다.
회고와 전망: 확장 전략을 확인하고, 실행은 남에게 넘겼다
세 가지를 다시 놓고 보면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 헤이스팅스가 세운 원칙 — 전세계 판권 없인 투자 안 함, 라이브 안 함, 광고 안 함 — 은 모두 넷플릭스가 창업 초기 VOD 스트리밍이라는 좁고 분명한 영역에서 최대치의 비용효율(cost-effectiveness)을 뽑아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2020년 글에서 썼듯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용기였고, 그 경계 설정 자체가 강점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매출이 500억 달러대에 진입하고 가입자 성장이 정체되는 국면에서, 그 좁은 원칙들은 다음 성장의 걸림돌이 됐다.
시청시간이 매출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회사 스스로 인정한 게 이번 2분기 실적이었다. 성장이 시청량이 아니라 가격 인상·광고·가입자 증가에서 나온다면, 다음 카드는 결국 전통 TV가 갖고 있던 것들 — 실시간 편성, 스포츠, 광고 인벤토리, 심지어 남의 방송 채널까지 — 을 다시 흡수하는 것이다.
헤이스팅스는 이 확장이 옳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고, 그 확장을 자신이 세운 원칙과 정반대 방향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원칙을 자신이 뒤집는 대신, 그는 그 실행을 서랜도스와 피터스에게 넘기고 자신은 의장으로 물러났다(2023.1).
광고처럼 이미 시작된 것은 남겨두되, 라이브와 판권 포기라는 더 근본적인 방향 전환은 후임들의 손에서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확장이 TF1 제휴로 가시화되는 시점에 맞춰, 그는 이사회에서도 완전히 걸어 나갔다(2026.6).
창업자가 세운 원칙에서 회사가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순간과, 창업자가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순간이 겹친 것은 우연이라기보다 정리된 이행처럼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제 스스로 없앴던 TV의 기능(편성표, 실시간 채널, 광고, 동시 시청)을 다시 흡수하며 "Netflix 방식으로 TV를 다시 조립"하고 있다. 그 조립을 설계한 사람이 헤이스팅스인지, 실행한 사람이 그의 후임들인지는 앞으로 더 지켜볼 문제이지만, 적어도 타임라인은 그가 원칙을 지키는 자리에서 원칙을 내려놓는 자리로, 그리고 이제는 그 자리에서마저 완전히 비켜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모델로 보면 우리가 주장하던 IPTV 내의 TV포털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그곳에서 접점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되묻게 된다. 오래된 "지상파 TV포털"에 대한 글을 조만간 정리해 올리겠다. (물론 플랫폼의 주인이 통신사가 아니고, 지역성(국가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종"이다. 이제 넷플릭스는 케이블과 같은 딜리버리 사업자까지 하고 싶은 것일까. 이 말이 네트웍 사업자가 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를 …. )
참고
이번 글에서 다룬 3부작
① Reed Hastings, Netflix CEO가 안하겠다는 3가지 - 첫 번째, All Rights 없인 투자도 없다!
② Reed Hastings, Netflix CEO가 안하겠다는 3가지 - 두 번째, Live Streaming은 없다! 특히, Sports
③ Reed Hastings, Netflix CEO가 안하겠다는 3가지 - 세 번째, 광고(사업)는 안한다!
블로그 내 넷플릭스 관련 글:
외부 출처:
WWE Pulls Out All the Stops to Open Netflix Partnership, Front Office Sports
Reed Hastings Officially Leaves Netflix Board, Jay Hoag Becomes Chairman, Variety
Reed Hastings To Exit Netflix: "So Strong That I Can Now Focus On New Things", Dea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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