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08의 게시물 표시

추천 게시물

백목련 - 사월에서 오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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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핀 연꽃> 을 쓰면서 이전에 목련에 대하여 썼던 글들을 모았다. 봄이 되고 하얀 꽃이 피면 갖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update. 2020.5.6일 엘리엇은 4월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4월하면 '잔인함'을 떠올리게 만든다. 4월의 대기와 산과 들이 얼마나 좋은지, 그 사이 사이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다시 삶을 시작하고 꽃을 피워내는지, 이런 것과 상관없이 먼저 '잔인함'을 떠올리게 한다.    더딘 봄 1 - 장탄리에서 겨울은 벌써 가고   성큼 성큼 오는 봄, 남녘 땅엔 푸른 잎새 사이로 동백꽃 붉게 피었다 지고 바람 속 살랑이던 유채꽃 따라 지리산 산자락엔 진달래 붉고 미아리 고갯길 벽돌담 너머엔 밤새 향이 짙은 백목련이 피어도   마음만은 뒤쳐져 아직 긴 겨울 밤 세월이 흘러도 흘러서 가도   가슴 속엔 휭하니 찬바람 가득 더딘 봄 더듬 더듬 오는 봄 1995. 4. 13   백목련 - 원철, 형주에게 보고 싶다 백목련 눈부시게 숨막히는 향기 보고 싶다 검게 주름진 꽃잎 바람에 떠도는 익숙한 목소리 향기 섞인 얼굴들 보고 싶다 여기, 예전 그 자리에서 1996. 4. 11 산목련 고향집 앞뜰   꽃보다 더 꽃다운 푸른 잎이 꽃보다 더 아름답던 산목련, 푸르게 빛나던 잎들의 찰랑거림도 유월의 햇살에 넘쳐 흐르던 광기(光氣;狂氣)도 모두 지고 가시처럼 앙상한 가지만 남아 바람이 스쳐지날 때마다 옷자락 찢기는 소리가난다 겨울 바람에 그 거칠기만 했던 헐벗은 나목의 휘어짐 꽃보다 향기가 더 좋던, 은밀한 내면의 속삭임으로 지나는 바람이란 바람은 모두 꼬드겨   푸른 치마자락 같던 잎 아래로 불러들여 깊은 입맞춤에 출렁거리며 푸르르 떨며 비 온 뒤 상큼한 육향으로 다가서던, 하지만 쉽게도 상처를 입던 하얀 꽃잎의 산목련 깊숙히 잎들 사이 숨어 지내던 나날의 세월이 그립다고 산처럼 목을 빼...

강화도 캠핑 - 함허동천, 동막해수욕장, 분오리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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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1일, 12일 강화도에 놀러갔다. 캠핑을 했는데 얘는 '1박2일'이라고 좋아 한다. 그런데 정말 '1박2일'로 보냈다. 함허동천 캠핑장에서 텐트를 쳤는데 보통 차를 타고 갈 수 있는데 이곳은 차는 아래 세워놓고 리어커에 짐을 실고 가야했다. 그런데 차에 실을 때 좀 많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리어커에 실어보니 한 리어커가 넘어 '정말 많구나!'하고 실감이 났다. 하루 저녁 자고 간단하게 먹기 위해 이렇게 많은 짐이 필요하다. 세시 조금 지나 집에서 출발했는데 다섯시가 넘어 캠핑장에 도착했다. 여섯시가 넘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짓고, 모아 둔 솔방울로 삼겹살을 굽고 하니 여덟시가 넘어 섰다.  몇년 전 제일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보다는 준수하다. 그때 산음자연휴양림인가에 갔는데 밤 아홉시에 도착해 어둠 속에서 텐트를 치고 고기가 익었는지 안익었는지도 모르고 밥을 먹었다. 또 비도 오고 ...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노하우가 붙는다. 주변에 마른 나무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고 감자와 고구마도 구웠다. 집에서 가져 온 술도 포도주도 한잔하고, 마지막으로 따뜻한 커피를 마시니 너무 좋다. 이번 캠핑엔 다른 가족도 함께 갔는데 그쪽은 열시가 좀 넘어 민박집으로 가고 우리 가족만 남아 텐트에서 잤다. 그런데 옆쪽에 텐트를 친 친구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또 5월 산 속은 아직 추웠다. 몇번 캠핑을 갔다온 아내가 몸이 배긴다고 해서 바람을 넘어 푹신하게 만드는 깔개도 텐트에서는 처음 사용했는데 쓸만하다. 아이는 침낭에 들어가 자겠다고 깔개 아래로 나려갔다. 그러면서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었다고 좋아한다. 아침이면 사람으로 변신한단다. 텐트를 칠 때 모기가 옆으로 날아다녀 아래 매점까지 내려가 모기향을 사왔는데 모닥불을 피고 연기가 나서인지 주변에 모기는 없었다. 그리고 조심해도 가족들 중 한사람은 물리는데 아무도 물리지 않았다. 아직도 날씨가 찬가보다. 5월 12일에는 정수사에...

기억들의 잔치 - 5월 1일 홍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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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년만에 홍대 앞에 갔다. 결혼하고 홍대 앞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IMF 사태' 가 나고 전세를 살던 집이 거래금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가면서 꼼짝없이 계속 살아야 했다. 그리고 애가 태어난 곳이 여기이다. 그래서 즐거웠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이 함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 것도 없이 결혼하면서 진 높은 이자의 빚을 짊어지고 둘 다 늦게까지 야근을 하면서 보낸 나날들이었다. 나는 회사에 입사하여 바로 현재 OK 캐쉬백카드의 기본 시스템이 된  이지플러스카드 를 제안하고 서비스와 시스템을 만들면서 늦게까지 일을 했다. 아내는 여행사에서 남미와 유럽을 담당하고 있어 시차 때문에 자연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아내가 애를 가졌을 때 인터넷 사업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한참 인터넷 열풍이 불고 있을 때이다. 그리고 아내가 아이를 나을 때 나는  인터넷 사업을 위한 '신사유람단'의 일원이 되어 미국 에 가 있었다. 백목련  - 퇴근하는 아내를 마중하며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골목길을 지나  큰 찻길을 건너  열시가 넘어 퇴근하는  아내의 지친 몸을  마중 나가는 길  담장 넘어 앙상한 가지에  하얀 새들이 모여 앉아  비에 젖은 몸을 떨며  고개를 빼고 내려보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아침 출근길 나무에 돋아난  하얀 새 아니냐!  눈짓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 사이  멀리 아내의 지친 모습이 보이고  이슬비에 젖은 그녀도  어느새 담장 넘어  검은 가지 위에 올라앉아  하얀 새가 되어  봄비 같은 눈빛으로  안부를 묻고  향기가 가신 젖은 깃으로  힘겨운 날개짓을 하며  날아온다.  여린 생명들에겐 세상에서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힘 들다.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