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 위치로그 : 태그 : 방명록 : 관리자 : 새글쓰기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블로그에 오신것을 환영해요^^
[미디어2.0 - 새로운 공간과 시간의 가능성], 커뮤니케이션북스
105
132
588976

벤야민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 대한 (들뢰즈식) 주석에서 이야기한 레닌과 관련된 글들이다.




    서울역에서 종로까지

      - 서울풍경 1


일주일에 한번씩 기차에서 내려 서울역에

서면 현기증이 먼저 그 다음은

구역질이 났다 기차는 대전을 출발해

조치원, 천안, 평택, 수원, 영등포, 그 다음

한강을 건너 서울역에 오고 사람들이

참새 떼같이 떠들면서 몰려 내렸다 소리로

날카로운 바람을 만드는 버스는 뒤에 검은

연기를 달고 머리 위 고가 밑을 달리고 나는

종로 3가에 어느 건물 안에 앉아 밖을 보며

콜라에 햄버거를 먹는다 앰프에 노래 소리 들리고

피켓팅에 가두행진이 있어도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 가슴은 뛰지만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 짱돌이라도 날라와 커다란 유리를 깨고

내 머리통을 치기를 바라면서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 생각도 있으리라 하지만

과거는 과거로 놓자 시간은 항상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고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역사가 뒤걸음친다 해도 시간은 미래로만

흐르리라 그것을 아는 내가 무엇을 어쩌란

말이냐 나의 속에 과거가 살아 꿈틀거린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난 이미 현재 위에 서 있다

피켓팅이 있고 운동가도 있고 사람도 있지만

바리케이트가 없고 적들이 없고 구경꾼도

없다 지금은 침체기다 ‘핵심을 보존해 퇴각하라’

레닌도 생각을 못했으리라 핵심도 없다면 아니

모두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면

누가 퇴각할 수 있을까?

 


---------------------


    희망의 나이


오늘 시내에 나갔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 한 구석에 꽂혀있는

시집을 보았다 김남주가 있고 박노해가

있었다 백무산이 있고 김정환이 있었다 이 모두를

갖고 싶지만 돈이 오천원 밖에 없다 혁명,

동지, 노동자를 향한 외침은 돈에 팔려

나간다 그래도 경쟁에 직면한 조잡한

소비에트의 생필품처럼 이곳에서도 상품성이

떨어지나보다 음모하듯 음침한 구석에 이들만

몰려 있는 것을 보면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저것들을

굶주린 소비에트의 인민처럼 아귀처럼 먹던 때가

있었다 김정환의 「희망의 나이」를 샀다 목 매단

다섯명의 레닌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시집을 팔아

집이라도 장만하려나 목 매단 역사를 보면서

희망을 간직한 채 있는 그도 참 대단하다 그를

한번 흉내내 본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 하지만 엄연히 우리는 패배했다 아니

지금이 시작인가 단돈 삼천원으로 혁명을 사려는

내가 우습다 그도 그렇다 단돈 삼천원에

희망을 팔지는 않을 것이다 내 나이는 그보다

젊다 나는 그보다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다


- ‘희망의 나이’ 김정환의 시집 (1992.11, 창비)



 

---------------------


  최종심급

 


• • • • • • 전략 • • • • • •


우리가 알았던 것은

온다던 약속된 시간

우리가 안 것은

기다림과 지루한 고독

우리가 알 것은

날개를 접기 시작하는 의지의 시간

몰랐던 것을 몰랐다 말하는

부끄러운 고백의 시간이 왔다

진린 누가 지고 나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 뚫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하자


이성의 간지!

그래 우린 더러운 신앙의 시대에 살았다

가누지 못할만큼 무거운 짐들에

우리 다리는 휘청이면서

주여 어디에 계시나이까?

그런 신념의 교조의 뼈다귀를 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힘겹게 걷던

어둠의 나날들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필연의 세계에서도

우린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란 좌절의 자유일 뿐

아니면 우린 필연의 세계를

정말 알지 못했다

자유란 무지의 자유일 뿐

우린 가쁜 숨에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며 버리지 못하는

아쉬움과 주저하고 우물거리는

회의의 거리를  쏴다닌다

 


• • • • • • 중략 • • • • • •

우린 다시 귀를 막고 고함을 친다

이제 가난에 찌든 의진

서푼짜리 관직과 바꾸고

등 따습고 배 부른 자들의 침묵의 시간이 왔다

바로 그 시간이 왔다

우리의 신념이 우리의 의지가

이 땅엔 절대로 절대로 오지 않는다던

오지 못한다던 그 시간이 왔다

고립감에 모두가 고독에 잠기는 시간

고독을 잊기 위해 무언가에 몰두하는 시간

술에 마약에 담배에

자위에 계집질에 사내질에

그리고 강요된 노동에

어쩔 수 없는 연구에 잠겨

허우적거릴 시간이 왔다

신한국의 건설과 선진조국 창조의 시간

모든 것의 초점이 그것에 집중하는 시간

헛눈 팔면 짖터지리라 위협하며

시작되는 생산의 정치의 시간

강요된 과학의 시간

최종심급에서 경제결정의 시간이 왔다

 


• • • • • • 후략 • • • • • •


---------------------



1993.3월 졸업을 했다. 92년 말부터는 '백수'였다는 이야기다. 졸업 후 몇 달간 대전과 서울을 오갔다. 대학원엘 갈 요량으로 대학 1학년 교양영어 이후 한번도 안봤던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며. 종로 3가, 하디스에 앉아 콜라와 햄버거를 먹으며 받침에 깔린 종이에 썼던 '넋두리'이다. 


희망의 나이를 서점은 대전 역전통에 있는 대훈서적이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인영이던가. 대훈서적 2층인가 시집 코너, 전시 좌판 아래 책꽂이에서 출판된지 얼마안된 김정환의 시집을 샀다. 서울로 오가는 시간은 길었고, 그 시간마다 시집을 잃은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나를 대학에, 철학과에 가도록 했던 그 글들. 그해 7월인가, 군에 입대했다. 입대하기 전 삼사개월 간 썼던 글들을 묶어 〖최종심급〗이란 제목을 달아 몇몇 친구와 선배들에게 보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가 비에라 선생을 떠올리듯이, 나는 어떤 순간마다 대학 때 읽어던 레닌의 글을 떠올리고, 되뇌인다. 비에라는 꿈일 뿐이고 슈트레제만보다 못할 수 있지만 말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레닌은 핵심역량을 보존하며 퇴각을 고민하고 실행했다." 이런 내용을 쓰며, 다시 레닌을 생각한다. '내 나이는 그보다 젊다 나는 그보다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젠 죽음을 맞이했던 1924.1월의 그와 비슷한 나이가 되고 말았다. 이젠 그 보다 오래 살 것이란 것에 걸어보자! 살아있는 한 여전히 희망은 유효한 것이다라고 .... 


오늘 아침 아이는 2학년을 시작하기 위해 홍콩으로 갔다. 우리의 대학시절처럼 홍콩은 울렁대고. 아내와 나는 아이를 걱정한다. 아내에게 우리도 그런 대학시절을 보냈지만 이렇게 살고있으니 걱정말라 이야기를 했다. 그 시절과 함께 한 '어떤' 친구들, '최악의 상황'이 마음 한구석에 있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희망은 불안의 쌍둥이 형제이다.


 ㅇ http://dckorea.co.kr/tc/search/상경기


 

2019/08/29 08:33 2019/08/29 08:33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오픈아이디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2019/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레닌 : 벤야민 - 기술....
벤야민 - 기술복제시....
사업/서비스를 위한 ....
기술지대, 테크놀로지....
애덤 스미스의 <도덕....
그리스 연극에 대한 ....
발터 벤야민, 마샬 맥....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
사적인 것의 사회적인....
인터넷과 TV의 연결/....
스토리텔링과 '지옥문....
뉴미디어에 대한 철학....
영감을 찾는 사람은 ....
미디어 탐구, mass me....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
지상파 방송사 스마트....
럽스타(Luv Star)와 L....
갈라파고스에 대한 단상.
풍수화의 시방시와 다....
여기, 슬픈 사람이 있다.